오는 5월 7일까지 전라북도 전주시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개최되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축제성'의 회복을 내세운 만큼 특별한 손님들이 대거 초청됐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창동 감독은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진행되는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에서는 최초라는 수식어들이 눈에 띈다. 알랭 마자르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이 최초로 공개되며, 이창동 감독의 장편 작품들을 4K 리마스터링해 새롭게 선보인다. 무엇보다 그의 연출 데뷔작인 '초록물고기'(1997)와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오아시스'(2002)가 디지털 버전으로 공개된다.
이창동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특히 이창동 감독의 신작 단편 '심장소리'가 최초로 공개된다는 소식은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이끌었다. '심장소리'는 이창동 감독의 첫 단편영화로, 세계보건기구(WHO)와 베이징현대예술기금(BCAF)의 의뢰를 받고 제작됐다. 하나의 테이크로 한 소년의 표정과 몸짓, 내면을 담아내 20여 분이라는 은 시간 안에 개인의 우울증이라는 주제를 풀어낸다.
이창동 감독은 "국내에서 특별전을 처음으로 하게 돼 뜻 깊다. 특별전이 영화제의 활기를 되살리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영화제는 영화산업의 열기와 연관돼 있고, 많은 영화인들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관객들도 영화를 보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심장소리' 스틸컷. 사진=전주국제영화제
그는 새롭게 선보이는 '심장소리'에 대해"우울증을 주제로 한 다양한 감독의 단편 영화를하나의 옴니버스로 만들려고했던 프로젝트다. 다른 감독들이 먼저 정해진 후에 제가 마지막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완성은 제가 제일 먼저 했다. 다른 감독들인 아직 완성하지 못한 걸로 안다. 저는 다른 감독들보다 만드는 속도도 느리고결정도 느린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저만 완성했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에 만들었는데, 후반 작업까지 해서 지난해 1월쯤 완성했다. 다른 영화감독들 일정도 기다려야 하다 보니 많이 지체됐다. 그런 상황에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만든 거라도 먼저 공개를 하자'라는 생각으로 공개를 결정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입장에선 장편이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웃음) 단편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찍었고 참여한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최선을 다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창동 감독은 우울증이라는 주제를 '심장소리'에 담아내며 관객들과 고통을 함께 공유하길 바랐다. 그는 "우울증을 앓는 엄마를 둔 아이의 부담과 걱정, 엄마를 구해야겠다는 원초적인 갈망도 있지만, 우울증이 어디에서 온 건지, 그 우울증을 가진 느낌이나 고통은 무엇인지 관객이 함께 공유하길 바랐다. 엄마를 살려야 한다는 아이의 열망, 생명을 향한 갈망이 아이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될 거다. 아이의 심장 소리를 관객이 느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영화를한 테이크로 담은 이유에 대해서는"긴 시간을 한 테이크로 보여준다는 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영화적 자의식에서 온 건 아니다. 아이의 감정과 심장 소리, 생명에 대한 불안과 갈구를 관객이 함께 즐기기 위해서는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영화에는 우울증에 걸린 엄마와 함께 해고 노동자인 아빠가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 농성하는 이야기도 담긴다. 그는 "해고 노동자 이야기는 장편으로도 고민하고 있던 거였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 영화의 본질적인 문제에 있어서 벽에 부딪혀 만들지 못했다. 그러다 단편 의뢰를 받고 실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라며 "디테일은 '심장소리'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넣었다. 그 디테일들이 해고 노동자 가족과 맞물릴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 스틸컷.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알랭 마자르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에서는 연출자가아닌 피사체로 나선다. 그는 최근작 '버닝'의 촬영지인 후암동과 파주에서부터 데뷔작 '초록물고기'의 무대인 일산과 영등포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자신의 작품과 그 배경을 설명한다.
"사실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파격적인 서두로 말문을 연 이창동 감독은 "다큐의 대상이 되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게다가 팬데믹 상황 때문에 감독이 들어오지 못해서 모든 것이 화상 통화로 이루어졌다. 저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데, 원격으로 하니까 더 불편하더라"라고 하소연했다.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를 전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원격으로 하니까 준비된 걸 미룰 수밖에 없는 일도 생기더라. 연출자가 각각의 공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한 거지, 실제로 와서 보고 느낀 건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제가 인터뷰 대상자인데, 이렇게 하자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면 이상하지 않나. 저는 수동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찍었기 때문에 기대는 했다. 사실 감독이 자기 영화를 설명하는 게 가장 힘든데, 다큐멘터리가설명 위주로 나온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과거 촬영지들을 되돌아 보며 착잡함도 느꼈다고.
"이상하게 많이 변하지는 않았더라고요. 많이 안 변할 곳만 찍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웃음) '초록물고기'를 찍은 곳은 신도시가 들어서고 마을의 형태가 남아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대규모의 공간이 됐어요. 더욱 삭막하게 변했더군요. '초록물고기'라는 영화 자체가 일산 신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는 영화인데, 그곳이 더 황폐해진 걸 보니 착잡했습니다. "
이창동 감독은 이번 특별전 기간 동안 모든 영화를 관객들과 함께 극장에서 볼 계획이다. 관객과 공유하는 느낌을 갖고 싶다는 것. 그는 "어떤 관객들은 전에 봤던 영화일 것이고, 젊은 관객들은 극장에서 처음 보는 경우도 있을 거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창작자는 언제나 창작에 대한 반응을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어떻게 하면 관객과 넓고 싶게 소통할까 고민한다. 이번 특별전이 영화에 대한 반응을 제 나름대로 정리하고, 찾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뉴스컬처(www.newsculture.press)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