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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린 방공망, 무시한 첩보… 전쟁이 드러낸 이스라엘군 난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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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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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은 이·하마스 전쟁의 시발점이 됐을 뿐 아니라 12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이스라엘군의 방위 시스템을 일개 군벌인 하마스가 무력화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군 당국에 대한 상당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월7일 자신들을 기습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계획을 1년 전부터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에 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 방식과 순서, 이동수단 등 기습의 구체적인 면면이 드러난 문서가 1년 전부터 이스라엘군 내 공유됐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실제로 이 같은 대규모 기습을 감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매체가 입수한 암호명 ‘제리코 장벽’이라는 약 40페이지 분량의 문서에는 지난 10월7일 약 12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묘사했다. 문서에는 하마스가 공격 초기에 로켓을 발사해 이스라엘군을 벙커로 급히 유도하고, 드론으로 국경지대 철조망에 설치된 보안 카메라와 자동 기관총을 파괴한다는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NYT는 “하마스가 실제 공격에서 이 청사진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따랐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 문서가 지난해 이스라엘 군사 및 정보 관리들 사이에서 널리 유포됐으나, 관리들은 이 정도 규모와 목표를 가진 공격은 하마스의 능력을 넘어선다고 판단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7월에도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군 상부에 하마스가 앞선 청사진과 상당히 유사한 훈련을 실시했다고 경고했지만 군은 그 위험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초보적 드론에 첨단장비 무력화 최신 카메라와 센서로 무장한 6m 높이의 ‘스마트 펜스’도 이스라엘 국경을 지켜주지 못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총 11억달러를 투입해 길이 65㎞의 스마트펜스를 가자지구와의 접경지대에 설치했다. 스마트펜스에는 수백 대의 카메라와 센서가 부착됐고, 땅 아래로 철조망을 넘지 못하도록 지하에도 콘크리트 방어물과 센서가 설치됐다. 가자지구 방면에서 철조망 근처로의 접근은 도보로 이동하는 농부들로 제한됐다. 이스라엘은 철조망에 접근하는 위협을 감지하기 위해 관측탑과 모래 언덕도 설치했다. 완공 당시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에 “철의 장벽(Iron Wall)”이 세워졌다며 그 성능을 자신했다.
이스라엘군 발표에 따르면 하마스 기습 당시 29개 지점에서 장벽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하마스가 진입하면서 통신탑에 드론으로 폭발물을 투하해 카메라와 통신망을 파괴한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NEP) 대테러프로그램 책임자 매튜 레빗은 스마트 펜스의 “가장 강력한 기능은 지표와 경고를 제공하는 기능”이라며 “누군가 울타리에 모여드는 것을 미리 보지 못한다면 (스마트 펜스는) 그냥 커다란 울타리일 뿐”이라고 WP에 말했다. 감시 기능을 마비시킨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접경지대에 설치한 원격 기관총들을 파괴하고, 이후 행글라이더와 오토바이 등을 타고 무장대원들을 국경 너머로 보낼 수 있었다. WP는 이스라엘군의 인력 배치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요르단강 서안에 집중하던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국경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배치한 탓에 철조망 뒤에 설치된 감시탑들도 국경에 접근하는 하마스 대원들을 거의 저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론 선임 연구원은 “(하마스는) 몇 주 전에 미리 장비를 (국경 근처로) 옮긴 다음 건물이나 방수포 아래에 설치했을 것”이라며 습격에 사용된 오토바이와 불도저 등이 “뻔히 보이는 주차장이나 건설 구역에 숨겨져 있었던 것 같다”고 WP에 전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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