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지난 2019년 10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은 역대 남녀 축구 통틀어 대한축구협회(KFA)의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은 외국인 사령탑이다.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연장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2월에 이어 월드컵 본선을 3개월여 앞둔 지난 4월 두 번째로 새 계약서에 서명했다.
KFA는 월드컵 결과와 관계없이 2024년 12월까지 벨 감독에게 한국 여자 축구 최상위 대표팀을 맡겼다.




특히 두 번째 연장 계약 세부 내용엔 여자축구 연령별 대표팀의 어드바이저를 겸하게 했다.
하지만 4년 가까이 한국 여자축구 최상위 A대표팀과 동행하며 출전한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는 벨 감독 지도력에 물음표를 남겼다.










벨 감독은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지난해 아시안컵 중국과 결승전에서 2-0으로 이기다가 2-3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는 등 대표팀이 주요 고비를 넘지 못할 때마다 “피지컬과 힘을 끌어올려야 한다”, “수비 집중력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공들인 콜롬비아와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0-2로 무기력하게 패한 뒤 “선수의 의사결정이 빠르지 못했고, 피지컬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
더 고강도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30일 모로코와 2차전 0-1 패배 이후엔 “팀의 역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너무 느렸다”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패인을 여러 번 강조했다.




스스로 4년 내내 인지한 대표팀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조별리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대회를 마치고 브리핑하듯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을 지적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모로코전 직후 “WK리그 대부분 선수가 ‘우리가 이기면 좋다, 그런데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번 월드컵이 현실이다.
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떨어진다.
눈을 떠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 자신이 장기간 몸담은 독일과 비교했다.
“독일은 성공하다가도 고전하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시스템이 같으면 결과도 같을 수밖에 없다.
감독으로 (이번 월드컵은) 경고처럼 느껴진다.
성공하지 못하는 건 하는 작업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벨 감독 발언의 진위를 떠나 16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고 독일과 최종전에 집중하려는 선수들에겐 오해 소지가 있는 발언이다.
일찌감치 ‘실패’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책임을 선수 및 국내 여자 축구 환경으로 돌리는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는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에도 실패에 대한 자기 책임보다 또다른 청사진만 강조했다.




“감독으로 팀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는 것도 내 역할이다.
냉정하게 분석하겠다.
이번 대회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앞으로 반영할 것이다.
”




한국 여자 축구가 벨 감독에게 월드컵까지 장기간 지휘봉을 맡긴 건 ‘배움의 시간’을 부여한 게 아니라 ‘증명’을 바란 것이다.
다수 축구인의 비판이 따르는 이유다.










전술적 역량도 낙제점에 가까웠다.
콜롬비아전에서 실수를 저지른 골키퍼 윤영글(헤켄)은 유럽 무대를 누비지만 실전 경기를 거의 뛰지 못했다.
헤켄에서는 제니퍼 포크(스웨덴)가 붙박이 주전이다.
벨 감독은 조별리그 2~3차전 잔여 2경기 골문을 결국 베테랑 김정미(인천 현대제철)에게 맡겼다.




또 콜롬비아전 후반 추격 시점에 2선 중앙 요원 중 유일하게 효과적인 압박으로 기여한 조소현을 빼고 공격수로만 채웠다가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
모로코전에서는 상대 측면 허점을 보고 장신 공격수 박은선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단조로운 크로스로 일관하면서 유효 슛 0개에 그쳤다.
후반 박은선이 나간 뒤엔 이렇다 할 부분 전술도 없었다.




이밖에 골키퍼 류지수, 수비수 임선주가 대회 기간 다치고 이금민이 컨디션 난조를 겪는 등 팀 매니지먼트 역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독일과 3차전 1-1 무승부는 지소연 조소현 등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을 누빈 황금세대와 케이시 페어 유진, 천가람 등 신예의 몸을 던지는 투혼이 빚은 결과물이다.
냉정하게 벨 감독이 던지는 화두에 맞춰 한국 여자 축구가 진일보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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