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한 달째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전 세계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양측에 휴전을 중재하고 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인질 석방 전에 인도주의적 휴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민간인 피해 현황이 급속도로 늘면서 세계 곳곳에서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급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벌써 개전 한 달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 전쟁은 초막절(출애굽 유대인의 광야 장악 생활을 기념하는 명절) 종료 직후 찾아온 안식일 새벽 이스라엘 남부에 로켓 포탄이 날아오면서 시작됐다.
이어 하마스 무장대원 수천명이 가자지구 분리 장벽을 넘어가 1400명 이상을 살해하고 250명 가량을 납치했다.
 
이후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언하면서 본격 교전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10월 9일부터 가자지구를 포위한 데 이어 11일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36만명의 동원령을 내렸다.
28일부터는 가자지구 내에 지상군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휴전 논의도 이루이지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는 모습이다.
이날 아랍 국가들은 블링컨 장관과 회담에서 즉각 휴전을 요청했지만, 양측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쟁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인 모두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줄 뿐"이라며 "(전쟁은) 우리 모두를 증오와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밀어 넣는다.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휴전은 하마스가 조직을 재편성해 과거에 했던 일을 반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며 휴전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 중단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격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하면서 민간인을 보호하고 외국인을 내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양측에 인도주의적 차원 교전 일시중단을 제안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전날 블링컨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식량, 물, 의약품 등을 공급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제안을 거부하며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하지 않는 한 임시 휴전을 거부한다"며 계속할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현지 통신사 와파(Wafa)는 가자지구 중앙에 있는 마가지 난민 캠프가 폭격을 당해 최소 51명이 숨졌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어린이와 여성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남부 누세라이트 난민 캠프와 남부 칸유니스도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까지 민간인 사상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말부터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가자지구에 지상군과 탱크 등을 투입한 뒤로 민간인 피해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날 기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 수는 9000명을 넘었다.
부상자도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 곳곳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팔레스타인에 자유를(Free Palestine)", "가자를 살리자(Let Gaza Live)"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을 진행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학살을 멈춰라", "공범자 마크롱" 등의 팻말이 등장했다.
휴전 촉구 시위는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 등지에서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