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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분, 57득점, 트리플크라운까지…V리그 역대 최고 명승부였다[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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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케이타가 9일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프언결정전 3차전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2022. 4. 9.계양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인천=정다워기자] 의심의 여지 없는 V리그 역대 최고의 명승부였다.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의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은 말 그대로 ‘역대급’ 명승부였다.

플레잉 타임은 무려 177분. 2017년11월2일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의 158분 기록을 한참 뛰어넘는 최장시간 경기였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경기는 5시10분경 종료됐다.
듀스 접전이 두 세트에서 나왔는데 마지막 5세트 스코어는 23-21이었다.
듀스에 듀스를 거듭하는, 경기의 끝을 알 수 없는 피 말리는 승부였다.
심지어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경기였다.

볼 거리도 풍성했다.

KB손해보험의 외국인 선수 케이타는 혼자 57득점을 터뜨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2011년 가빈이 세운 53점을 가뿐하게 경신했다.
케이타의 공격점유율은 무려 76.92%에 달한다.
5세트에는 100% 점유율로 팀의 모든 공격을 책임졌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은 한 케이타였다.

케이타에 대항하는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트리플크라운으로 맞섰다.
정지석은 자신의 이번 시즌 최다득점인 31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블로킹과 서브로 나란히 4득점씩을 기록하며 공수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불미스러운 일로 1~2라운드에 결장해 팀에 민폐가 됐던 정지석은 왕좌를 놓고 다투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결자해지하며 마음의 짐 하나를 덜었다.

경기장 분위기도 뜨거웠다.
대한항공 홈 팬과 KB손해보험 원정 팬은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명승부에 온 몸이 들썩거렸다.
5세트에는 챔피언십 포인트, 다시 동점을 반복하는 모습에 관계자, 취재진조차 손에 땀을 쥐며 힘들게 경기를 지켜봤다.

어렵게 시즌의 종지부를 찍은 날이라 의미가 더 컸다.
이번 시즌 V리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혼란에 빠졌다.
자칫 포스트시즌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있었다.
하지만 정규리그를 무사히 마친 데 이어 최고의 명승부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게 됐다.

결과에 따라 우승자가 된 대한항공은 웃었고, 준우승에 머문 KB손해보험은 울었지만 양 측 모두 명승부에 경의를 표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이기고 지는 것은 작은 차이다.
KB손해보험에 감사하다.
좋은 팀이었고 강했다.
케이타도 막기 힘들었다”라며 상대에게 박수를 보냈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도 “상대가 우리보다 훌륭했다”라는 말로 패배를 인정하고 대한항공의 우승을 축하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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