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좌투수 임준형이 9일 잠실 NC전에서 호투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마치 10년차 베테랑 투수 같았다.
야수들이 연이은 수비 실수로 역전당한 후 마운드에 섰고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정확한 커맨드와 다양한 볼배합으로 5이닝을 가볍게 삭제했다.
LG 신예 좌투수 임준형(22)이 대역전승 발판을 만들었다.
임준형은 9일 잠실 NC전에서 팀이 3-6으로 끌려가던 4회에 등판해 8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했다.
4회초 첫 타자 도태훈에게 안타, 이어 손아섭에게도 안타를 허용했으나 이후 7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절묘한 코너워크와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등의 구종을 꾸준히 섞으며 쉽게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임준형의 호투로 무너지지 않은 LG는 8회말 4점을 뽑아 7-6 대역전승을 거뒀다.
더할나위없는 활약이었으나 선수 본인에게는 아쉬운 상황이다.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호투했음에도 목표로 삼았던 로테이션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로부터 부여 받은 롱릴리프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경기 후 임준형은 “중간투수로 나서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팬 응원 덕분에 잘 던질 수 있었다.
특히 변화구에 가장 많이 신경쓰면서 던졌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포화 상태인 LG 마운드다.
지난 7일 키움을 상대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김윤식도 선발진에서 제외됐다.
김윤식은 지난 8일 2군으로 내려갔다.
다른 투수보다 어깨 회복이 더딘 것을 고려해 2군에서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친 후 다시 1군에 합류할 계획이다.
LG는 10일부터 케이시 켈리~임찬규~손주영~아담 플럿코~이민호로 로테이션을 돌린다.
하지만 그 어느 팀도 선발진 5명이 고정된 채 시즌을 완주할 수는 없다.
LG 류지현 감독 또한 임준형과 김윤식을 선발 자원으로 머릿속에 넣고 있다.
다른 선발투수들의 컨디션과 상대팀 상성에 따라 6선발진, 혹은 5선발 투수를 열흘 간격으로 교체하면서 선발진을 운영할 수 있다.
더불어 이날 임준형의 호투로 선발투수 1+1 전략에도 청신호를 밝혔다.
류 감독은 9일 NC전 승리 후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은 것은 임준형의 5이닝 무실점 호투다.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며 임준형이 승리 주역임을 강조했다.
8회말 동점 3루타를 터뜨리고 결승 득점을 올린 주장 오지환 또한 “준형이가 오래 던지고 추가점을 주지 않아서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
준형이에게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후배 투수의 호투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현재 LG는 선발진은 우투수가 4명인 반면 좌투수는 1명 뿐이다.
그래서 임준형과 김윤식, 두 젊은 왼손투수의 활용도가 높다.
임준형과 김윤식이 마운드 뎁스를 활용하는 데 있어 조커가 될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