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모두가 웃은 ‘해피엔딩’이다.
17년 만에 K리그 통산 세 번째 별을 단 울산 현대가 2022시즌 리그 최다인 2만3817명 관중의 함성 속에서 우승 축제를 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최종 38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날 울산문수경기장 관중석 1,2층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3층까지 개방하면서 ‘A매치급 열기’를 품었다.
울산 구단은 지난 8일 홈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현대가 더비이자 ‘사실상의 결승전(2-1 승)’ 당시 2만168명의 관중이 몰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K리그 최다 관중 기록을 수립한 적이 있다.
2주 만에 같은 장소에 3000명 이상이 더 찾은 것이다.
울산은 지난 16일 강원FC와 37라운드 원정(2-1 승)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제주와 최종전은 ‘우승 대관식’으로 열린 셈이다.
울산문수경기장으로 진입하는 통행로는 킥오프 2시간여 전부터 차량이 몰려 마비가 됐다.
현장 안내 요원이 분주히 뛰어다니며 차량을 통제했다.
경기장 출입구도 일찌감치 축제를 만끽하려는 팬으로 가득했다.

1991년 울산 호랑이축구단 어린이회원이 된 뒤 처용전사로 활동했다는 황선욱(37·남) 씨는 “리그 우승까지 17년이나 걸릴 줄 몰라다.
그동안 한 끗 차이로 (우승 달성에) 모자랐던 부분을 털어내고 해냈다는 것에 눈물이 찔끔나더라”며 “이렇게 미리 우승을 확정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장에 올 날이 또 얼마나 있을지 몰라 친구, 가족과 즐기자는 마음으로 왔다”고 웃었다.

울산 팬 윤승기(왼쪽) 박샘솔 부부.

울산 처용전사 황선욱씨.

유년 시절 독일, 튀르키예에서 지내며 축구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 박샘솔(31·여) 씨는 울산에 사는 남편(윤승기 씨)을 만나 결혼, 울산 현대의 팬이 됐다며 우승을 기뻐했다.
그는 “강원전 우승보다 전북전 역전승이 더 기억에 남는다.
추가 시간 동점골, 역전골이 터질 때 우승 확정으로 생각하며 남편, 지인과 울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뱃속에 10개월 차 예비 처용전사 아기와 우승 축제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은 이날 제주에 1-2로 역전패했다.
그러나 결과는 의미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호 플레잉코치와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 등 그간 경기에 뛰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궂은일을 도맡으며 후배를 이끈 선참급을 배려 차원에서 출전 엔트리에 포함했다.
이호는 전반 36분 그라운드를 밟아 전반 종료까지 뛰며 은퇴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올 시즌 MVP 후보 이청용이 6분 뒤 번개 같은 드리블 쇼에 이은 오른발 선제골로 울산벌을 달아오르게 했다.
후반 32분엔 박주영까지 그라운드를 밟으며 홍명보호의 ‘2022시즌 드라마’가 완성됐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직후 열린 시상식은 하이라이트였다.
2만 홈 팬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에게 우승 트로피를 넘겨받은 이청용이 두 손으로 들어올리자 울산 장내에서는 폭죽. 꽃가루가 터져나왔다.
조현우, 김태환, 조수혁 등 울산에서 오랜 기간 뛰면서 ‘준우승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주력 선수도 감격에 젖었다.
이후 선수들은 가족과 그라운드에서 어우러져 샴페인 세리머니로 흥을 돋웠다.
하반기 우승에 크게 이바지한 마틴 아담, 레오나르도 등 외인 선수도 가족과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단장을 비롯한 울산 프런트와 서포터즈 ‘처용전사’ 다수는 17년의 한을 기쁨의 눈물로 씻어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이후 지도자로 10년 만에 다시 시상대에 선 홍 감독은 “런던과 지금은 여러 차이가 있다.
대표팀에서 성공 후엔 허탈함이 많이 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즐겁고 기분 좋다.
선수에게 축하하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감격해 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