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오른쪽)이 지난 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에서 홈런을 맞은 뒤 마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토론토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오래 사용할수록 소모된다.
투수의 몸이 특히 그렇다.
어깨 혹은 팔꿈치 손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많은 이닝이 훈장처럼 여겨진다.
통산 1000이닝, 2000이닝과 같은 숫자가 굵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미 통산 2300이닝 이상을 던진 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35)이 다시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상황이 좋지 않다.
메이저리그(MLB) 홈페이지 MLB.com은 4일(한국시간) 류현진의 상태에 대해 “MRI 검사 결과 왼쪽 팔뚝 염좌와 팔꿈치 염증 소견을 받았다.
앞으로 몇 주 간은 경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최상의 시나리오라도 류현진에 있어서는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며 복귀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류현진은 개막 후에도 팔뚝 통증으로 IL에 오른 바 있다.
복귀 후 지난 2일까지 4경기를 치렀는데 팔뚝 통증이 재발한 점, 그리고 팔꿈치에도 이상이 발견된 점은 부정적이다.
류현진은 고교시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2013년 MLB 진출 후에는 어깨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어깨 수술 후에도 이따금씩 IL에 올랐는데 대부분이 관리 차원이거나 하체 부상이었다.
팔뚝에서 팔꿈치까지 통증이 전이된 부분이 심각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많이 던졌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KBO리그 한화 소속으로 1269이닝, 2013년부터는 MLB에서 1003.1이닝을 투구했다.
재활을 목적으로 등판한 마이너리그 40.2이닝을 더하면 개인 통산 프로 이닝수가 2313이닝에 달한다.
더불어 류현진은 한국 시절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 2010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도 꾸준히 출장했다.
류현진의 2313이닝을 현역 MLB 투수 통산 이닝수에 넣으면 전체 6위에 들어간다.
현역 최다 이닝은 잭 그레인키(3161.2이닝), 저스틴 벌랜더(3052.2이닝), 맥스 슈어저(2586.1이닝), 클레이턴 커쇼(2484.2이닝), 아담 웨인라이트(2434.2이닝), 데이비드 프라이스(2113.2이닝) 순서다.
류현진의 2313이닝은 웨인라이트와 프라이스 사이에 자리할 수 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뤘다.
2015년 투수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것으로 알려진 어깨 수술을 받았으나 이를 극복해 최전성기를 만들었다.
2019년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자리했다.
토론토 이적 첫 해인 2020년에도 사이영상 투표 3위로 양대리그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21세기 한국 최고 투수라는 데에 누구도 물음표를 붙일 수 없다.
그래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
토론토와 계약기간도 2023년까지 한 시즌이 더 남았다.
냉정하게 부상 부위를 진단하고 정상 컨디션을 찾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7일 많은 이들이 주목한 오타니 쇼헤이와 맞대결, 그리고 5일 후 치른 시카고 화이트삭스전까지 100%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등판한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삭스전의 경우 속구 구속이 현저히 떨어진 모습이었다.
다음 등판에 초점을 맞추는 재활이 아닌, 완벽한 복귀를 목적으로 한 정확한 쉼표가 필요한 류현진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