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이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수원=장강훈기자] 개인 통산 153승에 도전한 양현종(34·KIA)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대투수’ 별칭에 걸맞지 않는 투구였지만,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가까스로 승리투수 요건을 채웠다.
양현종은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1실점했다.
5회가 끝났을 때 투구수가 92개에 달해 6회부터 장현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삼진 3개를 잡아냈고, 볼넷 3개를 내주고 안타 5개를 맞았다.
1회초 황대인의 2타점 우월 2루타로 두 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1회말 리드오프 조용호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고 출발했다.
김민혁에게 희생번트를 내줬는데, 3루수 김규성이 2루를 포기해 1사 2루가 됐다.
황재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해 1, 2루 위기에서 박병호를 만났다.
양현종은 체인지업을 전진 배치해 박병호의 약점을 공략했고, 헛스윙 삼진으로 첫 번째 불을 껐다.

KIA 양현종이 5일 수원 KT전에서 3회말 2사 만루 위기를 넘긴 뒤 입을 꽉 다문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두번째 위기는 3회에 찾아왔다.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불안하게 출발한 양현종은 조용호를 1루수 땅볼, 김민혁을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보내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황재균에게 다시 한 번 볼넷을 내줘 1, 2루 박병호와도 10구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에 몰렸다.
1회 2사 1, 2루에서 2루수 땅볼로 물러나 아쉬움을 곱씹은 강백호와 두 번째 대결. 만루 위기에서 속구를 전진 배치하는 볼배합으로 강백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두 번째 위기를 넘겼다.
3회가 끝났을 때 투구수는 이미 66개였다.
4회 무사 1루에서 오윤석을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해 더블플레이를 완성할 때만 해도 긴 이닝을 소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5회말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뒤 또 한 번 위기에 빠졌다.
조용호에게 중전 안타를 내줘 무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김민혁이 1스트라이크에서 희생번트를 댔는데, 1루 쪽으로 강하게 튀었다.
KIA 1루수 황대인이 포구해 홈으로 승부했고, 박동원이 홈을 파고들던 심우준을 태그했다.
그러나 심판의 판정은 세이프.

KT 심우준(가운데)이 5일 수원 KIA전에서 5회말 김민혁의 희생번트 때 홈을 파고들어 세이프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비디오판독 끝에 원심이 유지돼 한 점 잃었다.
2-1 살얼음판 리드 속 무사 1, 2루 위기가 계속됐고, 황재균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됐다.
안타 한 방이면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 박병호를 만난 양현종은 초구, 2구를 모두 몸쪽 속구로 찔러 넣어 파울 두개를 유도했다.
이어 체인지업 두 개를 잇달아 던졌는데, 박병호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이날 잡아낸 삼진 3개 중 두 개를 박병호에게서 빼앗아낸 셈이다.
포수 박동원의 ‘박병호 봉쇄법’이 빛을 발했다.
2사 2, 3루에서 강백호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한 양현종은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최고구속은 시속 147㎞까지 측정됐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1대 1로 섞어 KT 타선의 노림수를 흔들었지만,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KT 이강철 감독이 보유한 최다승 3위(152승) 기록을 스승이 보는 앞에서 새로 쓰는 ‘운명의 한판’이라 부담이 커보였다.
양현종답지 않게 테이크백이 커지는 등 상하체 밸런스가 살짝 어긋나 커맨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숱한 위기를 최소실점으로 막아내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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