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대표팀 간판 슈터 강이슬이 지난 24일 큰 결정을 내렸다. 강이슬은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이후 비시즌에 돌입했다. 부천 하나원큐와의 계약 마지막 시즌을 보낸 그는 오는 4월 자유계약선수(FA) 시장 개장을 앞두고 또 하나의 선택을 해야 했다.

올림픽과 WNBA. 선수 생활에 있어 모두 욕심을 낼만 한 대회와 리그다. 하지만, 오는 7월 말에 개막이 예정된 도쿄올림픽과 WNBA의 2021시즌은 일정이 겹친다. 결과적으로 강이슬은 12년 만에 한국에게 돌아온 올림픽 본선행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국행을 1년 더 미루기로 했다. 아직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도교올림픽에 나설 25인 예비명단만을 추린 상태이지만, 강이슬은 사실상 대표팀 전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축 슈터다.

본래 강이슬은 2020년 2월, WNBA의 워싱턴 미스틱스가 내민 계약서에 사인, WKBL의 2019-2020시즌 종료 후 트레이닝캠프에 초청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에 그 약속을 1년 미뤘던 바 있다. 그리고 그 1년이 지났지만, 이번엔 올림픽이라는 소중한 무대가 있기에 짙은 아쉬움 속에 한 번 더 다음을 기약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강이슬은 “원래는 무조건 미국에 갈 예정이었는데 올림픽 일정과 시즌이 겹쳐버렸다. 워싱턴도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 미국, 벨기에, 스페인 등으로 선수들을 차출시켜야 한다. 팀은 그때 뛸 선수가 필요한 상황인데, 나도 한국 대표팀에 빠질 수 없는 입장이지 않나. 구단에 4주라도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조율이 되지 않아 트레이닝캠프를 1년 더 미루게 됐다”라며 그 배경을 전했다.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 상 WNBA 구단들은 올림픽 대표팀 차출 요청이 들어올 경우 강이슬의 요청대로 4주가 아닌 대회 개최 2주 전에만 선수를 보내주면 된다. 2주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여러 프로세스는 물론 강이슬이 대표팀 주축 슈터임을 감안했을 때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 마이크 티볼트 워싱턴 감독은 강이슬의 손을 놓지 않았다. 2022년 트레이닝캠프에는 꼭 참가해달라는 의사를 표한 것. 덕분에 현재 강이슬은 워싱턴과의 협상권을 유지한 선수로 WNBA에 공시되어 있다. 2년씩이나 약속이 미뤄졌음에도 여전히 워싱턴은 강이슬의 가치와 잠재력을 확인하고 싶은 의지가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에 강이슬은 “쉽게 비교하면 WKBL의 임의탈퇴 제도처럼 워싱턴이 나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거다. 2년이나 미뤄져서 너무 아쉽긴 하지만, 워싱턴에서 계속 선수 권리를 갖고 있겠다고 말한 데서 희망을 얻었다. 나를 좋게 봐준 거라 생각해서 위안을 삼았다”라며 시선의 끝을 멀리 옮겼다.

개인적인 꿈을 조금 더 뒤로 하고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을 택한 강이슬. 지난 2월 말 정규리그 종료 이후 휴가를 받았지만, 그간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강이슬은 “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미국행을 생각해 틈틈이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잠깐은 긴장하지 않고 푹 쉴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잠시 숨을 돌리고 올림픽에만 집중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강이슬이 도쿄올림픽, FA, WNBA 등 자신의 농구인생에 있어 연달아 다가오는 빅 이벤트에서 환히 웃으며 나아갈 수 있을지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