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지난 7~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옛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 고층 아파트 등 주거지역으로 둘러싸여 평소엔 조용한 이곳이 떠들썩한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자동차 스타일 브랜드 피치스가 주최한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 2023' 때문이다.
K팝과 힙합, 세계적인 래퍼 키드 커피, 릴 우지 버트의 첫 내한 공연이 진행됐다.
인기 걸그룹 '에스파'도 무대를 빛냈다.
좌석이 따로 없는 '올 스탠딩' 공연장은 함께 춤추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이곳은 1978년 이후 삼표레미콘 공장으로 썼던 장소다.
2만8804㎥ 규모(축구장 3개 정도)의 '금싸라기' 땅이다.
앞으로는 한강이 보이고, 뒤로는 서울 최대 규모 녹지인 서울숲이 있다.
2017년 공장 이전을 확정한 이후 작년 공장을 철거했다.
지난 5일 서울시는 K팝 야외 공연장과 잔디광장, 주차장을 조성해 개장했다고 밝혔다.
산업화 시대 서울 개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곳에서 45년 만에 음악 페스티벌이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이 공연장은 최대 1만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이 정도 규모 공연장은 KSPO돔, 고척스카이돔 정도밖에 없다.
서울시는 전체 부지를 임차해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반적인 공연과는 다른 점도 눈에 띄었다.
공연 대행사가 아닌 자동차 스타일 브랜드가 주최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튜닝 사업에 기반을 둔 피치스는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 인더스트리(융합산업)'를 추구하는 곳이다.
현대차와도 협업하고 있다.
이날 공연에선 F&B(식음료)와 패션, 음악, 게임에 이어 자동차 문화와 음악을 연결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다채로운 차량 관련 오브제가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나오는 퍼포먼스 카 근처는 '인증샷'을 찍는 관객들로 붐볐다.
롯데웰푸드와 함께 선보인 '피치스 껌'을 경험해 볼 수 있었으며 국내 1호 RWB(일본 수제 튜닝 브랜드) 차량 '바토', 한국타이어와 주류 브랜드 헤네시 부스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타코야끼·조각피자 등을 파는 푸드트럭을 들러 공연 중 틈틈이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젠지 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대부분이었다.

김준범 피치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는 “옛 삼표 레미콘 부지에서 개최된 첫 번째 뮤직 페스티벌이 많은 관객의 관심과 성원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올해를 시작으로 고유 페스티벌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피치스 브랜드 성장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와 삼표그룹은 이곳에 2030년까지 국제업무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착공 전까지 앞으로 2년가량 K팝 등 야외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서울시는 '핫플레이스'로 입지를 굳힌 성수동 카페거리, 서울숲과 이곳을 연계해 K팝 명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엔터사도 성수동에 자리를 잡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K팝 공연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던 공연장 확보에 목말랐던 엔터사들도 조금은 숨통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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