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투수 서진용이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와 경기 8회 역투하고 있다. 2022. 4. 12.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빠른 공은 더할나위 없이 중요한 재능이다.
신인 지명만 봐도 그렇다.
구속이 투수 지명순서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0㎞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를 외면할 구단은 없다.
SSG 중간투수 서진용(30)의 장점도 구속이다.
2011 전면 드래프트 전체 9순위로 SK에 입단한 그는 150㎞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로 주목받았다.
구단의 기대대로 성장세를 보이며 필승조로 올라섰다.
하지만 늘 기복을 보였다.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맞이했다가 보직이 바뀌는 경우도 빈번했다.
2019년 33홀드 평균자책점 2.28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는데 이후에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장점인 빠른공도 꾸준하지 못했다.
이따끔씩 150㎞를 던졌지만 140㎞ 초반대로 구속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자 SSG 김원형 감독은 서진용을 냉정히 진단했다.
시범경기 기간 서진용이 “150㎞를 다시 찍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어쩌다가 150㎞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공이 서진용의 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 번 150㎞를 던졌다고 150㎞ 투수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서진용은 수천 개의 공을 던졌다.
한 두 번 나온 150㎞를 경기에서 기대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최고 구속보다는 평균 구속이 중요하다.
서진용은 평균 구속 145㎞만 나와도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일침이 서진용의 투구관을 바꿨을지도 모른다.
서진용은 올시즌 5경기에서 이전과는 다른 볼배합을 펼치고 있다.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선점하고 스플리터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판에 박힌 볼배합에서 벗어났다.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범타를 유도한다.
그러다가 때로는 스플리터를 구사할 타이밍에 패스트볼을 던진다.
지난 12일 잠실 LG전에서 서진용은 리오 루이즈를 상대로 던진 6개의 공 중 5개가 스플리터였다.
6구 스플리터로 1루 땅볼을 유도해 첫 타자를 가볍게 처리했다.
이후 두 타자를 상대하는 과정에서는 스플리터보다 패스트볼의 비중을 크게 가져갔다.
올시즌 5경기 동안 서진용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프로 입단 후 가장 낮은 140.8㎞(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 참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3홀드 1세이브를 기록했다.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기 보다는 정확한 커맨드로 영리하게 범타를 유도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볼넷 감소다.
개인통산 9이닝 기준 볼넷 4.46개였는데 올해 5경기에서는 1.80개로 줄었다.
제구난조로 흔들렸던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다.
올해 이닝당 평균 투구수도 15.4개로 개인통산 최소다.

구속은 중요하다.
하지만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150㎞를 던진다고 늘 타자를 잡는 것은 아니다.
150㎞를 던지지 못해도 얼마든지 타자를 흔들 수 있다.
막강 전력을 자랑하는 SSG지만 불펜진은 약점으로 꼽혔다.
서진용의 방향 전환이 꾸준한 호투로 이어진다면 SSG의 질주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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