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판단을 앞둔 양모 장모씨(36)가 남편과 같은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씨는 법원이 선정해준 국선변호인 선임을 지난 1월 취소하고, 법조 경력 30년 이상의 판사 출신인 A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를 선임했다.

A 변호사는 당초 양부 안모씨(38)의 변호인으로만 재판에 참여했지만, 상고심에선 부부 모두를 변호하게 됐다.
장씨는 2심까지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재판받았다.
대법원은 주심 대법관과 재판부를 배당한 뒤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다.
아직 공판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앞서 장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형량이 대폭 줄었다.
안씨는 1·2심 모두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장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죄형균형주의에 비춰 올바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인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기도 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정인이의 사망이란 결과를 의욕·희망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도 부연했다.

대법원 상고심은 관련 법리 검토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2심이 장씨의 형량을 정하며 고려한 사실관계 또는 양형사유도 함께 심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10년 이상의 징역형 등이 선고된 경우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어서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는 대법원에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 6500여건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1·2심과 대법원에 현재까지 제출된 진정서와 탄원서는 대아협 회원뿐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수십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법원 측도 제출량이 너무 많아 집계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혜정 대아협 대표는 "대법원 재판 기일도 정해지지 않고, 사회적 관심도 멀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씨에 대해 '계획성이 없었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감형한 앞선 판단이 납득되지 않는다.
이 판례로 다른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도 계획성 여부가 논의되는 상황이다"며 "향후 나올 대법원 판단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다시 한번 아동의 입장에서 사건을 살펴봐달라고 읍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씨는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정인이를 상습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그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안씨는 이 같은 학대행위를 방치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사망 당시 정인이의 몸은 늑골과 쇄골 등이 부러지고, 췌장이 완전히 절단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