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물고기'로 첫 해외 영화제에 갔어요. 그땐아무도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죠."
전 세계에한국영화가 주목받고 있는 2022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 감독 이창동은 감독 데뷔 25년 차를 맞아 지난 날을 떠올랐다.
소설가 등단 후 1997년 장편 영화 '초록물고기'로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이창동 감독은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 등의 영화를 탄생시키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초록물고기'를 선보였던 1997년에 대해 "영화인들이 느끼기엔 그때가 한국영화의 바닥이었던 것 같다"라며"구정 대목에 개봉을 했는데, 관객이 너무 적어서 돈을 돌려주고 상영을 취소한 적도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고, 그때 그 시절 영화인들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당시 벤쿠버국제영화제가 유일하게 아시아 영화를 서구에 소개하던 창구였다. 그중에서도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중동 쪽 영화가 주목을 받았고, 한국영화는 관심 밖이었다. 그걸 체감하고 나니까 한국영화가 주목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더라"라고 말했다.
25년이 지난 지금,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빠짐없이 소개되는 것에 기쁜 마음을 드러낸 이창동 감독은 "그동안 한국영화가 많은 발전을 이뤘다. 요즘은 영화제에서한국영화 프로그램을 짜지 않으면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영화가 왜 이렇게 주목받느냐는 질문은 외국에서도 받아요. 저로선 어떤 영화가 한국영화인지 말하기 어려웠는데, 차별점이 있다면 다양성이 아닐까 싶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국 감독들만 봐도 같은 스타일이 없죠. 이런 경우가 해외에서는 흔치 않거든요. 각 나라마다 특정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한국영화는 감독마다 색깔과 성격이 달라요."
이창동 감독. 사진=뉴스1
또다른 한국영화의 강점으로 '역동성'을 꼽은 이창동 감독은 "한국 콘텐츠는 다이내믹한 힘이 있다. 영화뿐만 아니라 케이팝, 드라마 등도 그렇다"라며 "이게 어쩌면 한국 사람들이갖고 있는 정서적 강렬함일 수도 있다. 한국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역사, 궤적, 경험들이 녹아있는 거다. 이것들은 좋게 말할 수도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녀온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사람들은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들을 뚫고 살아오면서 생긴 생명력이 있다. 부정적인 것을 넘어 총체적인 힘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5년 동안 영화 감독으로 생명력을 지닐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작품 활동을 한 작가로서 가지게 된 정체성을 토대로 지금까지 해온 것 같다"라고 답했다.
팬데믹과 함께 영화 시장은 OTT 시장과 맞붙게 됐다. 집 안에서 손쉽게 즐기는 콘텐츠들로 관객들은 점점 영화관 발 길을 끊었다. 이에 대해 그는 "엔데믹이 온다고 해도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영화인들 모두가 가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전주국제영화제 같은영화제가가지는 축제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라고 말했다.
"OTT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은 쉽게 쇼핑하듯보는 형태예요. 한 영화를 선택해도 들어갔다가 지루함을 느끼면빠르게 빠져 나오고... 이런 식의 영화 소비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흐름, 영화 세계 속 시간에 나를 맡기고 함께 경험하는 형태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객이 OTT에 길들여진다고 해도 이러한 영화의 본질을 져버리진 않을 거라고 믿고 희망합니다. "
이창독 감독은 영화를 '나와 가장 다른 인간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매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거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도 공감할 수 있다. 이걸 영화 이상으로 가깝게 느끼게 만드는매체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OTT 콘텐츠의 인기 속에 많은 감독들도 속속들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창동 감독 역시 OTT 콘텐츠를 제안받았지만 거절을 거듭했다. 그는 "OTT라서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언젠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OTT를 하든, 영화를 하든 '이건 할 만한 이야기다' 이런 판단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런 작품을 못 만났다"라고 밝혔다.
팬데믹과 OTT의 거센 파도 속에서 영화의 현장성과 영화제의 축제성을 회복하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화려하게 개막했다. 이창동 감독은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을 통해 단편 영화 '심장 소리'를 최초로 공개하는 등 영화제에 활기를 더했다.
그는 "2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가 정상 개최됐다. 국내 영화제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지만, 전주국제영화제는 그중에서도 특히나 흥미롭다.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새로운 영화적 질문과 발견을 살려내는 영화제이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면 좋겠다. 영화를 만든 사람과 영화를 향유하는 사람이 한 곳에 모이는 게 영화제인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제의 축제성이 살아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버닝' 이후의 새로운 장편 소식에 대해서는 "장편 준비는 항상 있다. (웃음) 하지만 숙상하다가유보하거나 접는 과정을 거치기에확답드리긴 어렵다. 물론 지금도 당연히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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