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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談한 만남] “걱정됐던 ‘선업튀’, 큰 의미 안긴 성공”…박상혁 채널사업부장, tvN 3연타 흥행의 숨은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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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TO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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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좋은 드라마라는 건 다 확신을 했지만 이렇게 대중적인 사랑을 얻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못했죠. 지금 젊은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서 강한 팬덤향 콘텐츠로도 앞으로 할 수 있겠다는 걸 느꼈습니다. ” tvN ‘선재 업고 튀어’ 내부 시사 당시 박상혁 CJENM 미디어사업본부 채널사업부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드라마에 감명 받아 눈물을 펑펑 쏟아낸 후 “이게 안 되면 이 바닥을 뜨겠다”고 큰소리와 함께 기립박수까지 쳤다고. 실제로 ‘선재 업고 튀어’의 신드롬은 무서울 정도다. 4월 첫 방송이 전파를 타자마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전국이 ‘선재 앓이’ 중이다. ‘선재 업고 튀어’와 주연 배우 변우석, 김혜윤은 화제성 조사마자 상위권을 독식하고 tvN 타깃인 2049 남녀 시청률에선 7주 연속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현실 체감 인기가 특히 뜨겁다. 23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전날 밤부터 줄을 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변우석이 부른 ‘소나기’는 어느덧 주요 음원차트 톱10에 진입했다. 최종회 단체관람 이벤트는 판매 시작 30분 전부터 예매 대기자들이 몰려 CGV 예매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방영 전만 해도 손에 꼽히는 기대작은 아니었다. 여자 주인공이 ‘최애’ 아이돌을 구하기 위해 타임슬립한다는 스토리 라인은 마니아적이고, 주연 배우 또한 인지도가 엄청 높다고도 할 수 없었다. CJENM 내부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박 부장은 “젊은 취향의 콘텐츠다 보니 ‘이게 과연 TV에서 먹힐까’ 하는 걱정들이 많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다만 “보고 나니까 연출도 너무 잘했고 배우들이 그 역할에 너무 잘 맞더라. 그리고 단순한 아이돌물이 아니고 2008년 당시의 레트로를 딱 짚어주더라. 90년대생들한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 세대들이 더 열광적으로 반응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개인적으로 1회를 보고 너무 완벽한 드라마라고 생각을 하다가 2회부터는 학원물로만 1시간을 가더라. 물론 재밌었지만 그래도 이게 초반에 힘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며 “그런데 사실 사람들이 캐릭터에 어느 순간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이라고 웃었다.
프로그램 편성을 전담하는 채널사업부장으로서 ‘선재 업고 튀어’의 흥행은 특히나 뜻깊다. 박 부장은 “대형 콘텐츠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메가 IP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특정 집단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코어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도 되게 중요하다. 편성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밸런스가 되게 중요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올해 초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눈물의 여왕’, 그리고 ‘선재 업고 튀어’까지 tvN 입장에선 박 부장이 고민한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는 셈. 그는 “저희가 항상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라는 게 모두가 정답을 찾을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희는 그런 트랙에 전략을 가지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재 업고 튀어’의 성공은 방송사에 자리잡은 ‘시청률 지상주의’를 시원하게 깨트렸다고 볼 수 있다. 시청률이 비교적 낮아도 좋은 콘텐츠라면 어떻게든 빛을 보게 되는 것. 박 부장은 “물론 시청률이 지금도 제일 중요하지만 요즘 시청자의 반응이 시청률로만 담기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것 같다. 사실 저희한테 큰 의미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OTT에서 대작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TV 시장은 그간 주춤한 게 사실이다. 박 부장은 “넷플릭스 같은 데서 수백억원 대작들이 있으니까 TV 시장이 점점 수세적으로 나갔던 것 같다. 돈이 많이 든다거나 조금이라도 잔인하고 선정적이면 빼버리니까 소재가 제약되고 TV는 올드해져서 중장년층 위한 시청률 보장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콘텐츠의 방향성은 더 자유롭게 열려야 하고 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고 젊은 시청자 타겟으로 가는 게 맞다. 좋은 콘텐츠를 제일 빨리 알아봐주는 세대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젊은층을 타겟으로 하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저도 50대인데 요즘 애들이 뭘 좋아하는지가 제일 궁금하다. 나이 든 사람이라고 해서 ‘우리끼리 이걸 좋아해’ 하기보단 ‘요즘 애들이 이걸 본다더라’ 한다. 그게 변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그렇게 만드는 좋은 콘텐츠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선택을 받는다. TV 콘텐츠라고 해서 외면 받는 게 아니다. 박 부장은 “젊은 사람들도 좋은 콘텐츠가 나오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스포 당하지 않고 본방 사수한다”며 “TV도 누구보다 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그 시도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증명한 게 될 것”이라고 연이은 tvN 드라마의 대박 행진을 평가했다.
OTT 성장으로 인해 TV 채널이 주춤하면서 드라마 또한 줄어들었다. 일주일 내내 TV에서 드라마를 틀어주던 시대는 지났고, 각 방송사에선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 배우들 또한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 “일거리가 없어졌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박 부장은 “TV 편성 드라마가 줄어든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작되는 드라마 숫자가 5년 전보다 줄었냐고 하면 절대 그건 아닌 것 같다”며 “OTT 드라마도 많아지고 tvN뿐 아니라 다른 종편이나 ENA 등도 드라마를 제작하기 때문에 전체 시장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오히려 박 부장은 “좋은 콘텐츠가 나오면 사람들이 그 콘텐츠에 접근하는 건 더 쉬워졌고 파급력은 더 커졌다. 시청자의 시간을 우리가 이제 더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지금과 같은 OTT 중심의 미디어 환경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어 “요새 TV 안 보는 거 맞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보는 콘텐츠 중 TV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다. 결국은 한 콘텐츠를 멀티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거다. 콘텐츠를 만들고 공급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기회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방송 채널과 OTT는 경쟁 관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CJENM의 경우 TV 채널인 tvN과 OTT 티빙은 콘텐츠 기획·유통에 있어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CJENM 미디어사업본부는 드라마 기획 개발 시스템인 'tvN-OTT 통합 드라마 GLC (Green Light Committee)'를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GLC는 대본을 통해 드라마를 선정하는 프로세스로, tvN은 티빙과의 공동 GLC를 통해 작품별 주요 시청 타깃을 예측하고 이에 적합한 방영 플랫폼을 정한다. 한마디로 플랫폼만 다른 협력관계인 셈이다.
박 부장 또한 “저희는 티빙과 결합돼 있는 관계이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들도 저희가 수급해서 편성하는 등 같이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고 tvN과 티빙의 시너지를 자랑했다. tvN 드라마의 3연타석 홈런을 두고 “TV의 반격이다. TV 채널이 콘텐츠 시장을 또 다시 주도할 수 있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박 부장은 “사실 TV 채널 하나만 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소문을 탄 TV 프로그램을 티빙에서 보고 나면 다시 TV 본방사수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 티빙이라는 OTT가 있었기 때문에 tvN도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던 것이다. tvN의 기세는 하반기까지 이어간다. 특히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배우 김태리 주연 드라마 ‘정년이’가 기대작이다. 전공의 파업 여파로 기약 없는 편성 연기 중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두고는 “아직 사실 제작이 끝난 게 아니고 제작 중인 드라마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점에 편성하겠다”며 여론에 따라 편성을 결정할 것임을 밝혔다. 앞서 제작 확정 소식을 알 화제였던 ‘시그널2’를 두고는 “저희한테 아직 편성 제안이 온 건 없다. 아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쪽에서 기획 단계인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방영 예정 예능 중에선 ‘서진이네2’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신규 예능 IP에 대한 고민은 깊다. 유튜브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완성도 높은 예능이 나오는 상황이다. 방송사 입장에선 신규 예능이 성공하기란 상당히 어려워졌다.
박 부장은 “좀 더 실험적인 시도를 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저희도 언제든지 그러고 싶다. 그런데 사실 요즘 시청자들이 젊은 콘텐츠를 했을 때 반응이 바로 오지가 않아서 제작진들이 좀 끈기를 갖고 변형하고 발전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꾸준한 실험적인 시도를 다짐했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tvN이 추구하는 가치를 묻자 박 부장은 “공감이라는 차별화가 된 트렌드”라며 “익숙하면서도 변주가 있고 요즘 친구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을 건드릴 수 있는 게 편성이 추구해야 될 가치가 아닐까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더불어 “저희가 드라마나 예능을 선택할 때도 재미의 기준도 있지만 트렌드보다 한 발짝 앞서갈 수 있는지 혹은 시청자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삶의 가치와 공감할 포인트가 있는지 중요한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SBS PD 출신인 박 부장은 ‘강심장’·‘룸메이트’·‘불타는청춘’·‘섬총사’·‘서울메이트’ 등 수많은 작품을 연출했다. 또한 티빙 개국공신이라 할 수 있는 ‘환승연애‘ 시리즈를 기획하기도 했다. 시대를 풍미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예능이 박 부장 손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채널사업부장으로서 TV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콘텐츠 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K콘텐츠나 시장의 특수성이 있는지 묻자 그는 “굉장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엄격하고,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그는 “K드라마가 성공하는 건 K시청자가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좋은 드라마를 선별할 줄 알고 열광적으로 좋아하고 본인들이 홍보한다. 그 수많은 드라마 중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골라낼 수 있는 눈이 있기 때문에 거기서 살아남은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래서 (제작자들은) 끝없이 노력하고 자만하면 안 되고 이런 좋은 시청자가 있는 시장에서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콘텐츠들은 대중이 알아봐준다. 한국에서 콘텐츠를 하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거다. 어떻게든 (시청자들이) 발굴해 낸다”고 강조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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