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기간에 파리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의문의'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자, 프랑스 정부 측에서 배후 찾기에 나섰다.
특히, 영상 속 복면을 쓴 남성이 가슴 쪽에 팔레스타인 국기 배지를 달고 있어 하마스가 제작했다는 의혹까지 퍼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 영상이 인공지능(AI) 기술이 활용된 '가짜 영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당국 또한 직접 영상이 허위로 제작됐음을 인정했고, 하마스 측도 자신들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부인했다.
영상 유통 과정 등을 살펴볼 때, 러시아발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현지시간) X와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쯤부터 파리올림픽 테러를 예고하는 영상이 확산했다.
영상에는 검은색 방탄조끼로 보이는 옷에 팔레스타인 국기 배지를 달고, 머리엔 카피에(아랍 국가에서 사용하는 머리 천)를 복면처럼 두른 남성 한명이 등장한다.
이 남성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겨냥해 아랍어로 "당신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범죄 전쟁에서 시오니스트 정권을 지원했고, 그들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우리의 형제자매와 아이들을 살해하는 걸 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시오니스트들을 올림픽에 초대했다.
당신은 당신이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파리의 거리에 피의 강이 흐를 것"이라며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해당 영상에 영어 자막까지 달려 있다.
영상은 남성이 잘린 여성의 머리를 들어 올려 보이는 것으로 끝난다.
다만 이 여성은 실제 훼손된 시신이 아닌, 프랑스 혁명 정신의 상징인 마리안느를 표방한 가짜로 추정된다.

현재 이 영상이 처음 올라온 계정은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지만, 녹화본이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공유 중이다.
이 영상의 확산 과정에서 하마스 측이 영상을 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성이 가슴팍에 팔레스타인 국기 배지를 달고, 아랍어로 말하는 점 등이 근거였다.
이 때문에 유포 과정에서 '하마스의 협박 영상'이라는 설명이 붙기도 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해당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자, 프랑스 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먼저 25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가짜 뉴스를 다루는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근거로 마지막에 들어 올린 마리안느의 머리가 AI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가브리엘 아탈 총리도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기 조사 결과 이 영상이 허위로 제작됐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현 단계에서는 특정 국가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국가 차원에서 개입한 사건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정보 조작을 통한 불안정화 시도가 최근 몇 달 동안에만 25건이 확인됐다"며 올림픽 기간 사이버 공격을 철저히 경계하겠다고 했다.

사임한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 장관도 전날 국내보안국(DGSI) 조사 결과 이 영상이 하마스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했다.
친팔레스타인 매체 쿠드스뉴스 또한 하마스가 직접 영상 제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 영상이 러시아 측에서 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테러 분석 센터의 장 샤를 브리사르 대표는 르피가로에 "영상의 전파 경로가 그 출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이 영상은 주로 친러 성향이나 다른 불안정화 작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이나 X 계정에 의해 퍼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영상을 둘러싼 논란 외에도 현재 파리는 올림픽 기간에 벌어질 테러 우려에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시내에 경찰 4만 5천여 명, 군인 1만여 명, 민간 경호원 2만여 명 등을 배치해 혹시 모를 안전상의 우려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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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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