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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만화 실사화의 실패가 韓 웹툰 영상화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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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사내맞선', '지금 우리 학교는' 포스터. 사진=JTBC, SBS, 넷플릭스

JTBC '이태원 클라쓰'·'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SBS '사내맞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스위트홈'·'D.P.'·'지옥'·'타인은 지옥이다', tvN '미생' 등. 뜨거운 인기를 끈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웹툰이 원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 '마스크걸', 디즈니+(디즈니플러스) '키스 식스 센스', 웨이브 오리지널 '용감한 시민'과 '약한영웅'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웹툰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지식재산권)를 이용해 드라마, 영화를 만드는 건 이미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를 넘어 자체적으로IP를 발굴해내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이어지는 중이다.


왓챠는 '2022 안전가옥·왓챠 스토리 공모전 이중생활자'를 개최하면서 단편소설, 시리즈, 웹툰스토리 3개 부문 응모를 받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앞서 '미생', '이태원 클라쓰', '무빙', '닥터 브레인' 등 웹툰을 영상화해 크게 성공시킨 데 이어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 CJ ENM, KT 스튜디오지니 등도 IP 확보를 위해 공모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드라마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한때 시대를 풍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일본 만화의 실사화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원피스' 타이틀. 사진=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는 편당 제작비 1,000만 달러(한화 약 100억 원)를투자해일본 소년만화의 대명사 '원피스'를 실사화한다고 발표했다.
'원피스'는 인기 캐릭터 에이스의 죽음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대중적인기를 끌었고,세계 누적 발행 부수는 5억 부에 달하는 전설적 작품이다.
원작 작가인 오다 에이치로가 제작자로 참여한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원피스' 실사화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이 실사 드라마·영화로 탄생하며 혹평받은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살인 노트에 이름을 적어 범죄자들을 처단하다 점점 악해지는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의 행위로 사회적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던 '데스노트'는 5개의 영화,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영화 한 편은넷플릭스에서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건 지난 2007년 개봉한 '데스노트: 라스트 네임' 뿐이고, 나머지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탄탄하고 밀도 높은 스토리가 인상적인 원작에 한참 못 미치는 전개,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부족 등이 비판 대상이 됐다.


'강철의 연금술사(Fullmetal Alchemist)' 라이브 액션 트레일러 캡처. 사진=넷플릭스

전 세계에서 7,000만 부 이상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강철의 연금술사'도 지난 2017년 일본에서 실사 영화가 개봉했고 2018년에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원작 만화, 애니메이션 모두 명작으로 평가받는 만큼 시청자들의 기대가 컸지만조악한 CG, 원작에 과도하게 충실한 나머지 부자연스러운 인물들의 헤어스타일·의상은 오히려 조롱거리가 됐다.


아직까지 '진격의 OO'라는 말을 쓸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만화 '진격의 거인' 역시 실사화 영화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거인들을 실사화하는 과정에서 CG가 어색했다는 비판, 원작과 괴리감 및 개연성 부족,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 등으로 IMDb의 한 유저는 "시청하기가 고통스러웠다(PAINFUL to Watch)"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지난 2017년 제작된 '은혼' 영화·드라마는오구리 , 스다 마사키, 하시모토 칸나, 요시자와 료 등을 주역으로 앞세워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데스노트', '강철의 연금술사', '진격의 거인'이 생과 삶을 다룬 만화라면 '은혼'은 코미디다.
게다가 '은혼'의 주인공은 마치 '데드풀', '미란다'처럼스크린의 장벽을 뚫고 시청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등 파격적인 행동을 한다.
이야기가 전개될 때는 현실과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웃음이 필요할 때는 친근감을 안기는 것이다.
덕분에 급작스러운 전개, 과장된 말투·행동은 자연스럽게 '은혼'이 선보이고자 하는 코미디의 일부가 됐다.


'카우보이 비밥'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무엇보다도 '일본 만화 실사화'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를 크게 깎은 것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우보이 비밥'이다.
원작은 재패니메이션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데다, 연기력이 출중한 할리우드 배우 존 조의 출연으로 이전과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지난 29일 기준 '카우보이 비밥'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46%이며, IMDb 유저들이 매긴 점수는 6.7점에 불과하다.
이례적으로 시즌2는 첫 시즌이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취소됐다.


한국의 웹툰, 일본의 만화 모두 그림·말풍선·효과음이 들어간다는 점은 똑같다.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물,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상물에는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콘텐츠 업계 관계자 A씨는 "실사화를 하는 것, 웹툰을 기반으로 드라마·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라며 "예를 들어 '원피스' 주인공이 팔을 고무처럼 늘리는 기술은 만화에서 보면 멋있는데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영상으로 옮기면 애매해진다.
판타지 장르를 구현하기 어려운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웹툰은 전개 속도도 빠르고 MZ세대가 창작하기 때문에 트렌드와 맞닿아 있는 경우도 많다.
웹툰은 한국이 종주국이라 웹툰 자체의 퀄리티가 좋기도 하다"며 "드라마·영화 제작자 입장에서는 웹툰을 '그림 콘티'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OTT업계 관계자 B씨는 "IP가 탄탄한 부분을 중심적으로 고려한다.
작품성, 확장성까지 작품 제작 시 고려 대상이 된다"며 "웹툰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담겨 있고, 이 정서가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상당히 보편적인 감수성이 웹툰에 녹아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패션왕' 포스터. 사진=(주)NEW

하지만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의 실패에서 한국 콘텐츠가 배울 지점은 분명하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패션왕'은 기안84 작가가 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웹툰과 높은 싱크로율 덕분에 화제를 모았지만 누적 관객수는 59만 명으로 흥행에 실패했고, 영화에 대한 평가도 차가웠다.
웹툰에서는 폭력성이 실감나지 않았던 학교폭력 신이 영상화하면서 코미디 장르에 어울리지 않게 잔혹하다는 평을 받은 것이다.
웹툰을 그대로 실사화하고자 한 노력은 오히려 영화의 실패 요인이 됐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 A씨는"웹툰이 성공했다고 해서 그걸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SBS '사내맞선'은 IP가 훌륭하기도 했지만 IP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드라마 작법에 맞게 각색이 잘 이뤄졌다"며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 수준, 콘텐츠를 각색하고 다루는 방식에 대한 이해도, 제작 역량의 고도화가 맞닿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만드는 건 새로운 창작이다.
원작이 탄탄해야 하는 건 기본 전제고, 그걸 바탕으로 얼마나 영화나 드라마에 걸맞은 작품을 만드는지는 제작 역량의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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