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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전주영화제]신수원·부지영·윤가은 "왜 여자 이야기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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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남성 감독들에겐'너는 왜 남자 이야기만 하냐'라고 물어보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항상 '왜 여자 이야기를 하냐'는 질문을 받거든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닐까요."(부지영)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점은여성 감독의 약진이다.
국제경쟁 작품 10편 중 6편, 한국 경쟁 작품 9편 중7편에 여성 감독의 이름이 올랐다.


이런 현상에도영화 현장에서 볼 수 있는여성비율은 확연히 적다.
상업영화의 경우 더욱 그렇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21년 한국 영화산업 성인지 통계를 통해 팬데믹 이후 상업영화 내 여성 비율이 줄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저예산 독립예술영화 내 여성 인력 비중은 늘어났다.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정 하나만으로 몸을 내던지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카트', '우리 지금 만나'의 각본과 연출을 맡고 '야구소녀', '아워 바디', '보희와 녹양' 등 감독들을 지도해온부지영 감독은 "영화 공부를 하는 여성들은많은데,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여성들은 굉장히 한정돼 있다.
그것만 봐도 암묵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최근 독립영화를 통해많은 여성 감독들이 주목받았지만, 상업영화 내에선여전히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가은 감독 역시 영화 현장에서암묵적편견을느낀다고밝혔다.
그는 "제가 영화 촬영 도중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높이면 '여자 감독이라서 더 신경질을 낸다'라고 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의 편견이 고착돼서 그런 게 아닐까. 저는 개인인데여성을 대표하는 것처럼 될 때가 있다.
여전히 현장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기분이다"라고 털어놨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특별전'오마주: 신수원, 그리고 한국여성감독'을 통해1960년대 활동한 대한민국 두 번째 여성 감독 홍은원을 소개한신수원 감독은 "홍은원 감독님 시절에 비해 여성 감독이 늘었지만, 유령 취급을 당한다는 걸 느낀 적이 많다.
특히 여성 영화인들은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몇 배의 노력을 더 들여야 한다.
'레인보우'를 만들 때 가장 크게 와닿았던 사실"이라며"저로선 계속에서 증명하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라고윤가은 감독의 '전투'에 공감을 표현했다.


2021년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작품 핵심창작 인력 성비.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여성 영화인이 적은 만큼 여성을 다루는 영화도 적다.
그렇기에 여성 영화를 다루는 건 자연스레 당사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우리들', '우리집'으로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윤가은 감독은 "여성인데 심지어 아이인 주인공들의 영화를 연속해서 찍으니'왜 산업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지 않냐'는 질문을 듣는다.
그래서 나도 더 확장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혹은 여자 아이들 이야기 안에서 더 확장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까계속 고민하게 된다.
메이저에 편입되지 않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은 건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신수원 감독은 "여성이 주인공이면 투자받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예산을 선택하게 된다.
저예산을 감수하는 게 점점 힘들어질 때도 있다.
특히나 팬데믹 이후에는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게 어려운 상황이 됐지 않나. 그래서 '오마주'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어쩌면 이게 나의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신수원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여성이 주인공이면 투자가 쉽지 않다'라는 말은 창작자를 위축시키는 말이기도 했다.
부지영 감독은 "그저 제가 잘 아는 이야기를 할 뿐인데 '하고 싶어도 하지마. 그거 하면 돈 못 벌어' 이런말을 듣는 것 같다.
단순히 남성과 여성으로 잣대를 나누는 게 너무 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 속 여성 영화인들은 어떨까. 부지영 감독은 '카트' 촬영 당시 여성 배우들이 집단으로 모여있을 때 어떤 관계가 발현되는지 발견했다고. 그는 "촬영 공간이 물류센터다 보니까 휴게실도 공간이 정말 넓었다.
배우들이 10대부터 60대까지 모여있는데, 쉬는 시간 동안 다 같이 어울려서 장기자랑 등을 하면서 어울리는 거다.
남자 배우들이 모이면 위계가 생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여성 배우들 사이에서는 그런 모습을 발견한 적이 없다.
서로 생적으로 연대 혹은 유대한다는 게 강력하게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여성 집단'에 가해지는 편견은 실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부지영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그는 이번 영화제 한국경쟁 진출작인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김진화 감독과 지난 영화제 진출작 '혼자 사는 사람들' 홍성은 감독 등을 지도하면서 젊은 여성 감독들에 대한 기대가 많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지영 감독은 젊은 여성 영화인들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오고 새로운 서사를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독립영화 쪽은 이미 여자 감독들이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고 좋은 성적도 내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게 왜 상업까지 연결되지 않는가… 계속 딜레마에 빠진다"라고 말했다.


신수원 감독은 현장 스태프 성별 흐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전하며 "예전엔 촬영과 조명팀은 거의 남자, 의상과 미술은 거의 여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촬영, 조명 팀에 여성 스태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tvN '물비늘' 촬영 때부턴 조명 퍼스트가 여성 감독님이었는데 일을 너무 잘하더라. 힘 쓰는 일이라며 남자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촬영, 조명에도 변화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반대로 의상팀은 남성들이 유입되고 있다고.그는 "영화 현장에서도 젠더의 경계들이 허물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윤가은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여성 영화'라는 단어도 고민해볼 지점이 많다.
소수 장르로서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오히려 성별을 테두리에 가두는 형태로 변질될 수 있는 것. 이에 대해 신수원 감독은 "'여성 영화'가 사실 '전쟁 영화', '과학 영화' 이런 특정 소재의 장르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 내 여성은 아직 소수고, 소수가 시스템 안에서 어떤 힘에 의해 밀려나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붙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여성 감독들이나 현장 영화인이 는다면 이런 단어는 점점 사라질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부지영 감독은 "'여성 영화'라는 걸 게토화하는 의미로 다가올 땐 화가 난다.
분명 다양한 서사 중 하나로서 있어야 하는 이야기인데, 투자되지 않는 영화를 지칭할 때 그런 말을 쓴다던가 부정적으로 사용할 때 화가 나는 거다.
이런 영화가 많아져서 굳이 지칭하지 않아도 될 때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는 단어이긴 하지만, 쓰는 사람들이 의도를 반영해서 쓰지 않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들', '우리집' 영화 특성상 어린 관객을 마주할 일이 생기는 윤가은 감독은 어린 나이부터 영화를 꿈 꾸는 여자 아이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고. 그는 "이 친구들이 자라면 달라지는 세상이 올까 이런 생각을 한다.
여성 영화인들이 수적으로 많아지는 것 이상이 되지 않을까. 이를 테면 우리가 지금 '여성 서사'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는 여자가 주인공인, 여성의 삶을 전면으로 다룬 이야기가 시장 안에서도 주류가 되고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굉장히 다양한 방식의 영화로 보여질 때 정말로 여성 앞에 여성이 붙지 않는 시기가 올 수 있을 거다"라고 앞으로의 여성 영화인들에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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